영화가 전부인 자이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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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와 <올드보이>의 오대수
백수라는 직업을 가진지 벌써 2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문득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면서 오대수와 내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둘의 공통점의 시작은 모두 백수라는 점이다. 오대수가 15년 전 피치못할 사정으로 직장을 때려쳤으나 그의 행실을 봤을 때 분명 명예퇴직 1순위 였을 것이다. 직장인일 때 본 <올드보이>와 백수가 된 후 본 <올드보이> 느낌을 달랐다.

직장인 일 때 "오!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었다며! 사실 강혜정이 딸이레. 이 영화가 근친상간을 소재로 했다며!" 이 사실에 난 입이 근질근질 거렸다.
하지만 백수일 때 "오대수! 그는 진정한 백수의 왕"임을 깨달았다.

오대수는 15년 동안, 아니 감금에서 풀려난 후에도 무직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무직이니 그는 결국 반평생을 백수로 살았을 것이다. 사실 백수가 된 첫 주에는 자유로움에 행복감을 느꼈다. "아! 이 공기! 내가 낮에도 이 공기를 맡아볼 수 있다니!" 전화를 돌리며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애인과도 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집에서의 반응 "그래! 고생했는데 잠시 쉬는 것도 좋지" 휴가도 이런 휴가가 없다. 말 그대로 화려한 휴가다.

하지만 2달이 지난 지금 난 오대수의 마음을 이해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친구의 자리는 케이블TV가 대신하게 됐다. 시종일관 새로운 내용을 뱉어내는 케이블 TV는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요. 선생이다. '이 참에 스카이라이프로 바꿔봐. 아님 대세인 IPTV로' 하지만 난 오대수처럼 케이블 TV를 통해 공부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직장인 시절 TV가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 '놀이의 대상'이었다면 점차 케이블 TV의 지위는 상승했다

직장인 TV -> '놀이의 대상' Fun Fun!!!
백수 1단계 -> 흥미로운 대상.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라는 심정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애정어린 시선!
백수 2단계 -> TV는 내 친구. 노홍철이 네비게이션과 대화했다면, 백수는 TV와 대화를 한다.
백수 3단계 -> TV는 나의 스승. 교육방송에서만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배우지 않는 자는 영혼 없는 육체라고 했던가. TV를 보면서 학습하는 자세 이것이 초고난위도의 단계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백수 3단계를 습득한 가공할만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일반상식부터 스포츠까지 TV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시대는 변하여 이제는 그가 배우지 못했던 욕도 배울 수 있게 됐다. 난 아직 오대수에 이르지 못한 초보 백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15년 동안 갇혀있는 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백수가 취업준비생, 수험생 등등 여러가지 직함으로 탈바꿈하지만 결국 사회에서 보는 시선은 인정 받지 못한 자일 뿐이다. 오대수나 나나 타의에 의해 점차 사회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난 15년 이란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 ㅎㅎ 오대수가 부러운 점이 딱 하나 있다. '누가 나는 밥 공짜로 안 주나!'
by 자이 | 2006/08/31 22:33 | 백수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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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자이 at 2006/08/31 22:53
앞으로 일주일에 2-3회 연재로 백수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Commented by 바람노래 at 2006/09/01 01:25
포스팅한 글이 재밌네요. 쩝, 오대수의 심정을 백수의 왕으로 승화시키신 자이님이 존경스럽습니다. ^^ 그런데 확실히 TV가 스승이 될 수 있더라고요. 전 현직 백수는 아니지만 백수의 마음은 공감하는 폐인이랍니다.ㅡㅜ
Commented by 자이 at 2006/09/01 08:37
감사합니다^^ ㅎ 백수가 된 후 느낀 점이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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